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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소라게 [황주경]

by joofe 2022. 1. 2.

페트병에 살다가 간신히 새집 얻었다.ㅎ

 

소라게 [황주경]

 

 

 

 

집도 절도 없던 나였다

오랫동안 발품을 팔아 고르고 고른

석양이 아름다운 바닷가 집이었다

파도가 들려주는 노랫소리 들으며

혼자 살기 딱 좋은 집이라며 행복해했다

어느 날 좀 잘나가는 친구집을 다녀와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발을 쭉 펼 수 있게

친구라도 데려올 수 있게

가구라도 하나 놓을 수 있게

조금 더 넓은 집을 소원했다

재바르게 발을 움직였지만

생각처럼 더 큰 집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다

그때부터 노을을 바라보던 나선의 계단도 싫증났고

끊이지 않는 노랫소리도 짜증났다

허영이 심한 허기를 불러왔다

폭식이 불온한 영혼을 달래게 되었다

천장에 머리가 부딪쳤고

창으로 어깨가 비집고 나왔다

끝내 나는 문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으며

결국, 집을 이고 다니는 노예 신세가 되었다

 

       - 울산작가 2019년 28호

 

 

 

* 소라게들은 생각하지 않고

왜 아파트를 고집하느냐며 수십차례나 아파트 가진 사람들을 맹폭격하더니

이제는 호텔을 개조해 쓰자는 둥 별짓을 다하고 있다.

나야 시골에 사니까 아파트값이 올라갈 기미가 없지만

서울 사는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어 집 사는 것도 전세 얻는 것도

하늘의 별따기가 된단 말인가.

아마도 두,세 채 가진 정책입안자들이 속으로는 자기 집값 오르는 걸 기뻐하는 듯하다.

그냥 놔두고 시장원리에 맡기면 될 것을.

비싼 집 가진 사람에게 세금 조금 더 내게 하면 될 것을......

소라게까지 집을 이고 다니게 한단 말인가.

 

당신들은 두 채중 하나 줄이게.

똘똘한 한 채면 세금 많이 내게.

서민들과 젊은이들을 배려하게.

잘못된 정책이라면 빨리 반성하고 원복시키게.

소라게보다 못한 사람이 되지 말게.

 

이런 게들이 많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