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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희나리에 대하여 [오태환]

by joofe 2022. 2. 4.

희나리에 대하여 [오태환]

 

 

 

 

   아직 생나무인 장작을 아궁이에 비벼넣고 불을 지피신

적이 있나요 생나무인 채로 불을 살라 보신 적이 있나요 그

때 생나무의 어린 맨살을 적시며 듣는 물방울을 보신 적이

있나요 하얀 맨살에 방울방울 결을 따라 돋아나는 그것들

을 그 따뜻하고 투명한 누선淚腺의 비밀을 햐! 나는 탁탁 튕

기며 타오르는 아궁이의 불과 번갈아 훔쳐본 적이 있는데

요 그때 세상에 비접나온 내 영혼이 왜 그토록 정결히 아

파, 왔는지 지금도 알지 못하는데요

 

                          - 별빛들을 쓰다, 황금알, 2006

 

 

 

 

* 누군가의 아픔을 보고 눈물을 흘릴 때 정금같이 투명한 눈물은 아니어도

울고나면 마음이 시원해지는 느낌 같은 그것.

그것이 누선의 비밀일 수 있는데 살면서 영혼이 맑아지는 때가 있다.

영화를 보다가, 종교활동을 하다가, 강연을 듣다가, 인간극장을 보다가, 낚시를 하다가...

문득문득 비접나온 내 영혼이 맑아진다.

자주 맑아지면 인생은 살만한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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