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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앵두 [고영민]

by joofe 2022. 2. 22.

김현정 화가님의 그림

 

앵두 [고영민]

 

 

 

 

그녀가 스쿠터를 타고 왔네

빨간 화이버를 쓰고 왔네

 

그녀의 스쿠터 소리는 부릉부릉 조르는 것 같고, 투정을 부리는 것 같고

흙 먼지를 일구는 저 길을 쒱, 하고 가로질러왔네

가랑이를 오므리고

발판에 단화를 신은 두 발을 가지런히 올려놓고

허리를 곧추세우고,

기린의 귀처럼 붙어 있는 백미러로

지나는 풍경을 멀리 훔쳐보며

간간, 브레끼를 밟으며

 

그녀가 풀 많은 내 마당에 스쿠터를 타고 왔네

둥글고 빨간 화이바를 쓰고 왔네

 

     - 공손한 손, 창비, 2009

 

 

 

 

 

* 빨간 화이바를 쓴 여인, 앵두.

앵두에 관한 기억은 두가지다.

하나는 일천구백팔십사년 군복무 시절, 알파포대 마당에는 앵두나무가 있었다.

아마 유월말쯤이 아닌가 싶은데 누군가 다 따가지고 나누어먹고

내꺼를 따로 봉지에 담아다 주었다.

피엑스에서 싼 소주를 사서 앵두주를 담았던 기억.

빠알간 앵두주는 빛깔이 참 고왔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관계로 아마 누군가에게 주었을 것이다.

또 하나는 화곡동 단독주택에 살 때 앵두나무가 담장을 이루고 있었다.

동네사람들도 손에 닿는 건 따먹었고

담장안에서는 내 삼남매의 소일거리였다.

지금도 아이들은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곤 한다.

 

소중한 추억을 가지게 한 빨간 화이바를 쓴 여인 얘기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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