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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테이블 [조용미]

by joofe 2022. 3. 1.

노명희 화가 그림. 낮달

 

테이블 [조용미]

 

 

 

 

이른 저녁을 먹는다 묵묵

어쩌다 여기 들어와 밥을 먹게 되었나

 

비술나무 세 그루

물끄러미 오래 밥 먹는 나를 바라본다

 

이곳은 넓고 환하고

테이블이 많다

 

비술나무가 나란히 서서 내려다보는 식사는

약간 목이 메인다

 

나는 밥을 먹고 비술나무는 가까이

옆에 있다

 

창은 나를 오래 상영한다

 

창밖의 나무는 세 그루

나는 한 사람

 

식당은 아주 밝고 지나치게 넓고 깨끗하다

이 식사는 영영 끝날 것 같지 않다

 

      - 당신의 아름다움, 문학과지성사, 2020

 

 

 

 

 

 

 

* 어쩌다 이 넓고 지나치게 많은 테이블 가운데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을까.

혼밥을 먹는데 비술나무 세 그루가 함께 해준다니

적막감에 숟가락 젓가락 소리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둘러앉아 먹는 식사는 목이 메이지 않을텐데......

 

어쩌다 적막 어쩌다 울컥 어쩌다 외로움 어쩌다 아이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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