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조용미]
이른 저녁을 먹는다 묵묵
어쩌다 여기 들어와 밥을 먹게 되었나
비술나무 세 그루
물끄러미 오래 밥 먹는 나를 바라본다
이곳은 넓고 환하고
테이블이 많다
비술나무가 나란히 서서 내려다보는 식사는
약간 목이 메인다
나는 밥을 먹고 비술나무는 가까이
옆에 있다
창은 나를 오래 상영한다
창밖의 나무는 세 그루
나는 한 사람
식당은 아주 밝고 지나치게 넓고 깨끗하다
이 식사는 영영 끝날 것 같지 않다
- 당신의 아름다움, 문학과지성사, 2020
* 어쩌다 이 넓고 지나치게 많은 테이블 가운데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았을까.
혼밥을 먹는데 비술나무 세 그루가 함께 해준다니
적막감에 숟가락 젓가락 소리가 부담스러울 것 같다.
둘러앉아 먹는 식사는 목이 메이지 않을텐데......
어쩌다 적막 어쩌다 울컥 어쩌다 외로움 어쩌다 아이솔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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