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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메주 [서하]

by joofe 2022. 4. 25.

예쁘다, 옥떨메.

                                                                                                                        

 

 

 

 

 

메주 [서하]

 


 

 

 

 

날더러 못생겼대요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누구나 조금씩은 못생긴 부분들

감추며 살지만 적어도 난

겉 다르고 속 다르지는 않아요

긴 콩밭 이랑 사이

불쑥불쑥 말 걸어오는 잡풀 하나

아는 체하지 않은 고집 때문에

절간의 목어처럼 오랫동안

매달려 있어야 한대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동안

틈새 쩍쩍 갈라지는 일들 많지만

때로는 훈훈한 바람 만나

속 열어 보이며 적당히

자신을 익힐 줄도 알지요

봄을 준비하는 사람은

봄보다 먼저 발효되어야 한대요

 

                 - 아주 작은 아침, 시안, 2010

 

 

 

 

 

 

* 요즘 단어를 축약해서 쓰는 게 유행이지만

우리 어릴 때에도 우스갯소리로 줄임말이 있었다.

못생겼다는 표현을 옥떨메!라고 했다.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라는 말이다.

얼마나 못생겼길래...

다른 표현으로는 무주구천동이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것으로 역시 못생겼다는 표현이다.

또 하나는 수제비! 엄마가 대강대강 빚어 낳았다는 말이다.

누구나 조금씩 못생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메주처럼 인생이 먼저 발효된 사람은

옥떨메니 무주구천동이니 수제비란 말을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아니, 오히려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속 깊고 잘 익힌 사람답게 멋을 누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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