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 [서하]
날더러 못생겼대요
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누구나 조금씩은 못생긴 부분들
감추며 살지만 적어도 난
겉 다르고 속 다르지는 않아요
긴 콩밭 이랑 사이
불쑥불쑥 말 걸어오는 잡풀 하나
아는 체하지 않은 고집 때문에
절간의 목어처럼 오랫동안
매달려 있어야 한대요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동안
틈새 쩍쩍 갈라지는 일들 많지만
때로는 훈훈한 바람 만나
속 열어 보이며 적당히
자신을 익힐 줄도 알지요
봄을 준비하는 사람은
봄보다 먼저 발효되어야 한대요
- 아주 작은 아침, 시안, 2010
* 요즘 단어를 축약해서 쓰는 게 유행이지만
우리 어릴 때에도 우스갯소리로 줄임말이 있었다.
못생겼다는 표현을 옥떨메!라고 했다.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라는 말이다.
얼마나 못생겼길래...
다른 표현으로는 무주구천동이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생겼다는 것으로 역시 못생겼다는 표현이다.
또 하나는 수제비! 엄마가 대강대강 빚어 낳았다는 말이다.
누구나 조금씩 못생긴 부분이 있다.
하지만 메주처럼 인생이 먼저 발효된 사람은
옥떨메니 무주구천동이니 수제비란 말을 웃음으로 받아들인다.
아니, 오히려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속 깊고 잘 익힌 사람답게 멋을 누리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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