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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결혼의 가족사 [하종오]

by joofe 2021. 10. 9.

치사랑은 없는겨?

 

결혼의 가족사 [하종오]

 

 

 

 

 

우리 아버지 어머니는

중매결혼하여 자식을 낳았다

자식 밸 때마다 정말로 사랑했을까

자식 낳지 않을 때도 

서로 더 사랑하기 위해

마음을 밀고 당기느라 큼, 큼, 거리며

품을 주었을까 등을 돌렸을까

 

우리 부부는

연애결혼하여 자식들 낳았다

자식 밸 때마다 정말로 사랑했다

자식 낳지 않을 때도

서로 더 사랑하면서

마음을 밀고 당기느라 후, 후, 거리며

손을 맞잡기도 했다 발을 포개기도 했다

 

우리 아들은 중매결혼할까

우리 딸은 연애결혼할까

혼인 적령기에 접어들면서도

아직 배냇짓을 하며

어미하고 아비하고 깔깔, 깔깔, 거리면서

번갈아 마음을 밀고 당기는 아들 딸,

 

참사랑할 상대를 구하지 않는다

치사랑 내리사랑을 더 나누고 싶어서일까

 

       - "시, 사랑에 빠지다", 현대문학 2009년 1월

 

 

 

 

 

 

 

* 내 부모세대는 대개 중매결혼을 했다.

내 세대는 대개 연애결혼을 했다.

자식 세대는 연애결혼 반, 결혼 포기 반인 것 같다.

짝이 생기면 결혼하고,

짝이 전혀 생기지 않거나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연애조차 시도하지 않는다.

시도를 안하다가 훌쩍 마흔이 되면 결혼의 확률이 아주 낮다.

우리집 큰 딸은 시집 가서 아들을 낳았다.

하나 더 낳고 싶은데 여건이 여의치 않아 포기했단다.

둘째인 아들은 곧 결혼을 할 건데 막내인 딸은 비혼주의다.

이러다가 초등학교가 반의 반으로 줄고 교사는 보따리 싸고

산부인과 병원은 간판을 내리고

알바 쓸 사람이 없어 로봇이 알바하고 노인들만 바글바글한 세상에 사는 건 아닌지.

지구의 환경이 갈수록 열악해지니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 조절을 하는 중일까.

- 야, 이성에 둔감해지게 해!

- 아이에 대한 욕심이 사라지게 해!

- 혼자 사는 게 편하다고 광고 때려!

 

내리사랑 열심히 했는데 이러다 치사랑을 못받는 거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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