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 국숫집 주인의 셈법 [배한봉]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 육탁, 여우난골, 2022
* 열 번 온 손님에게 국수 한 그릇 더 준다고 선심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건 그야말로 많이 팔아주니 고마워서 한 그릇 더 주는 후한 마음이다.
바람이 몹시 찬 밤에 어린 딸과 온, 허름한 남자는 보기에도 딱한 가난한 사람이라
배려와 선심으로 아무도 모르라고 덤으로 국수를 준 셈이다.
우리나라에도 무료 식료품 배급소가 있지만 외국에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가난한 이웃을 돕기 위해 누군가는 무료 급식소에 식료품을 갖다 놓고 누군가는 장바구니를
들고 와 필요한 만큼 가져간다는 것이다.
창피할 일도 없고 사회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니 배려와 선심에 모두가 훈훈한 마음이 들 것이다.
최근 어느 우유회사가 갑질을 한다하여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불매운동을 하고 있다.
마트에서 한 남자가 이 회사의 우유를 집어 들자 딸아이가 ‘아빠, 이건 사면 안 되는 거야’라고 한다. 그 남자는 딸에게 타이른다. ‘응, 갑질하는 것은 잘못한 거지만 젖소농장을 하는 분은 죄가 없는 거란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는 기업이 되길 바래야지.’
보듬어 주는 사회를 위해서는 배려와 선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춥지 않은 셈법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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