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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새의 위치[김행숙]

by joofe 2022. 7. 1.

 

 

 

 

새의 위치[김행숙]

 

 

 

 

 

 

  날아오르는 새는 얼마나 무거운지. 어떤 무게가 중력을 거스르는

지.

  우리는 가볍게 사랑하자. 기분이 좋아서 나는 너한테 오늘도 지고,

내일도 져야지.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겨울 코트엔 온통 깃발이 묻고.

  공중에서 죽어가는 새는 중력을 거절하지 않네.

  우리는 죽은 새처럼 말이 없네.

  나는 너를 공기처럼 껴안아야지. 헐거워져서 팔이 빠지고, 헐거워

져서 다리가 빠져야지.

  나는 나를 줄줄 흘리고 다녀야지. 나는 조심 같은 건 할 수 없고,

나는 노력 같은 건 할 수 없네. 오늘은 내내 어제 오전 같고. 어제 오

후 같고.

 

  어쩜 눈이 내리고 있네. 오늘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그

러나 오늘은 발자국이 생기기에 얼마나 좋은 날인지.

  사람들은 전부 발자국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네. 춥다. 춥다. 그러면

서 땅만 보며 걸어다니네.

  눈 내리는 소리는 안 들리는데 눈을 밟으면 소리가 났다.

  우리는 눈 내리는 소리처럼 말하자. 나는 너한테 안 들리는 소리처

럼 말했다가 

죽은 새처럼 말했다가 

죽은 새를 두 손에 보듬고 걸어가야지.

 

 

                                               - 계간 『작가세계』 2014년 봄호 발표

 

 

 

 

 

 

 

* 가끔 하늘 높은 곳에 마치 드론처럼 떠있는 매를 본다.

바람을 잡는다고 하는데 거의 정지상태로 세상을 내려다 보고있다.

참새 같은 작은 새는 중력이 미치지 않을 텐데 저 높은 곳을 오르지 않는다.

매처럼 큰새들만 올라 좋은 먹잇감을 찾는다.

먹이를 알아채면 놀라운 속도로 하강한다.

설마 먹을 때의 하강처럼 죽을 때도 저런 하강을 할까.

아마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할 거다.

 

인간은 어디까지 오를까.

라떼(?)는 삼일빌딩이 최고 높은 빌딩이었다. 정말 한참동안을...

그러다 그 두배되는 육삼빌딩이 생겼다.

오, 신기해! 하면서 육삼빌딩을 구경가기도 했다.

그런데 더 오르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또 그 두배의 롯데빌딩을 만들었다.

백이십삼층. 두배면 백이십육층이어야 하는데 한계가 있었을까.

아니면 그 이상은 군사지역이었을까.

 

나는 지금 십이층에 살지만 늘 아찔함을 느낀다.

높은데를 싫어한다. 중력이 작용하는 까닭일까.

보통 삼층,사층, 육층에서만 살았는데 십이층은 공중에 붕 떠있는 것 같아서...

내 가슴은 새가슴이다. 딱 그만한 위치에 살아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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