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녘 [김남조]
사람아
아무려면 어때
땅 위에 그림자 눕듯이
그림자 위에 바람 엎디듯이
바람 위에 검은 강
밤이면 어때
안 보이면 어때
바다 밑 더 파이고
물이 한참 불어난들
하늘 위 그 하늘에,
기러기떼 끼럭끼럭 날아가거나
혹여는 날아옴이
안 보이면 어때
이별이면 어때
해와 달이 따로 가면 어때
못 만나면 어때
한 가지 서녘으로
서녘으로
잠기는 걸
- 스미다, 김수우 엮음, 애지, 2016
* 서녘 하늘로 사라진 것들이 다시 볼 수 없고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안타까워 할 일은 아니다.
시인이 그만한 세월을 버티어 오면서
단 한 마디, 뭐 어때!가 기승전결의 결말인 것이다.
뭐 어때?
살면서 별의별 일이 있지만 그 일이 이미 오천년 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백년 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 백년 뒤에도 일어날 일인데
뭐 어때? 그러면 좀 어때?
이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좀 긍정적이어야 하고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어야 한다.
다시 못 보고 못 만나더라도 쿨하게!
하루를 사랑해도 사랑이고 천일을 사랑해도 사랑이듯이
인연이 되어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적 같은 일이라 여기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쿨하게 좀더 쿨하게!
괜찮아,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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