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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사막의 잠 [진해령]

by joofe 2022. 7. 1.

 

 

 

 

 

사막의 잠 [진해령]

 

 

 





발밑이 온통 모래구럭이었다
벌어먹는다는 게 사하라였고
자식을 기른다는게 모하비였고 고비였다
딘봉에 비린 물을 때려 넣고
허접한 소금 등짐을 지고 떠돌던 때
더 그악해지기 위해 모질게 마음을 분지르던
거기가 나미브였다
참을 수 없는 반감과 환각에 시달린 젊은 날
잠시 걸린 열병에 눈 멀었던 붉은 땅 와디 럼
껴안으면 더 깊숙이 찔러오던 가시들
양의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뜬 눈으로 견디던 다나킬의 밤
언제나 등 뒤를 조심했지만 출처 없는 소문이,
출구 없는 파국이 조간으로 배달되었다
잠들지 마라 칼라하리,
듣기엔 근사한 소프라노 가수의 이름 같지만
목이 말라 괴롭다는 사막의 이름
생은 그런 거다 듣던 것과는 다른
다가가 보면 이미 죽어있는 사내의 눈에
구더기가 끓고 있는.

                               - 월간 '시인동네' 2018년 3월호 

 

 

 

 

 

 

 

* 국민학교 다닐 때 집에 지구본은 없었지만

아마도 고등학교 지리 교과서로 기억되는데 세계지도책이 있었다.

날마다 들여다 보며 나라 이름이나 수도를 아는 게 취미(?)였다.

그땐 나미비아,라는 나라는 없었다.

지금은 나미비아와 칼라하리 사막이 종종 어딘가에 등장하곤 한다.

오죽하면 남아공화국이 독립하라고 버린 지역일까.

온통 생명체가 살기 힘든 사막지역이다.

칠레처럼 긴 해안을 따라 사람들이 살았을 법하다.

물고기나 잡아먹고 살 수 있는 곳이 아닐까,싶은.

생은 그런 거다,란 말은 이런 지옥 같은 사막에서나 할 수 있는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가 23.5도 기울어 있다가 벌떡 바로 서거나

자전 방향이 해까닥하면서 반대로 돌거나

북극이 남극이 되고 남극이 북극이 된다면

그래서 나미브가 사막이 아닌 옥토가 되어 가난했던 사람들이 생은 이런 거다,라면서

흰 이를 드러내고 밑 터진 바지만 두르고 매일 띵까띵까 춤을 출지도 모른다. 

 

물을 물 쓰듯하는 우리나라에도 잠을 못이루고 사막의 잠을 자는 사람이 많다.

잠은 그런 거다,가 아닌 잠은 이런 거다,를 외치며 숙면하는 이들이 많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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