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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서녘 [김남조]

by joofe 2021. 10. 11.

 

서녘 [김남조]

 

 

 

 

사람아

아무려면 어때

 

땅 위에 그림자 눕듯이

그림자 위에 바람 엎디듯이

바람 위에 검은 강

밤이면 어때

 

안 보이면 어때

바다 밑 더 파이고

물이 한참 불어난들

하늘 위 그 하늘에,

기러기떼 끼럭끼럭 날아가거나

혹여는 날아옴이

안 보이면 어때

 

이별이면 어때

해와 달이 따로 가면 어때

못 만나면 어때

한 가지 서녘으로

 

서녘으로 

잠기는 걸

 

           - 스미다, 김수우 엮음, 애지, 2016

 

 

 

* 서녘 하늘로 사라진 것들이 다시 볼 수 없고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안타까워 할 일은 아니다.

시인이 그만한 세월을 버티어 오면서 

단 한 마디, 뭐 어때!가 기승전결의 결말인 것이다.

뭐 어때?

살면서 별의별 일이 있지만 그 일이 이미 오천년 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백년 전에도 있었던 일이고

앞으로 백년 뒤에도 일어날 일인데

뭐 어때? 그러면 좀 어때?

 

이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좀 긍정적이어야 하고

수긍하고 받아들이는 편이어야 한다.

다시 못 보고 못 만나더라도 쿨하게! 

하루를 사랑해도 사랑이고 천일을 사랑해도 사랑이듯이

인연이 되어 사랑했다는 사실만으로 기적 같은 일이라 여기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자.

쿨하게 좀더 쿨하게!

괜찮아, 잘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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