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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빗방울 랩소디 [진혜진]

by joofe 2022. 8. 5.

 

 

빗방울 랩소디 [진혜진]

 

 

 

 

우산이 감옥이 될 때

 

예고 없이 소나기가 쏟아진다 손잡이는 피하지 못할 것에 잡혀 있다

비를 펼치면 우산이 되고 우산을 펼치면 감옥

 

수감된 몸에서 목걸이 발찌는 창살 소리를 낸다

소나기 속의 소나기로 나는 흠뻑 젖는다

 

보도블록 위의 빗방울

절반은 나의 울음으로 남고 절반은 땅의 심장에 커다란 구멍을 낼 것이다

 

버스 정류장 앞 웅덩이가

막차를 기다리는 새벽 2시의 속수무책과 만나 서로의 발목을 잡는다

 

빗방울 여러분!

심장이 없고 웃기만 하는 물의 가면을 벗기시겠습니까

젖어서 만신창이가 된 표정을 바라만 보고 있겠습니까

 

어떤 상실은 끝보다 시작이 더 아파

누가 누구를 용서해야 끝이 날까

 

두 줄을 긋듯 질주하는 차가 나를 후경에 밀치고

검은 우산과 정차 없는 바퀴와 폭우가 만들어내는 피날레

 

젖어서 죄가 되는 빗방울

용서가 잠겨 있는 빗방울

 

우산은 비를 따라 용서 바깥으로 떠난다

 

               - 시와편견 여름호, 2022 

 

 

 

 

* 축구시합을 하던 도중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진다.

시합은 점점 격렬해지고 빗방울은 점점 더 굵어진다.

우산을 쓰고 시합을 할 순 없으니 온몸으로 받아내며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뛰고 또 뛴다.

옷이 몸의 일부가 되었을 때는 비 맞는 상실감보다 시합에 집중하는 용서가 앞선다.

공은 가다가 멈추고 철벅거리는 물위로 축구화는 점점 더 바빠진다.

젖기 전과 젖고 나서가 확연히 다른 시합이 된다.

나의 젖은 머리보다 상대방의 젖은 머리를 보며 더욱더 전투력을 증가시킨다.

개인기가 필요 없어진 시합이 되었을 때 희열을 느낀다.

경기 결과는 별 의미 없이 모든 것이 환따스띡!이다.

 

여름에만 느낄 수 있는 물놀이 겸 축구시합이다.

우산 따위는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