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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권혁웅]

by joofe 2021. 10. 20.

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권혁웅]

 

 

 

 

견디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포장마차 가본 게 언제인가

포장마차는 나 때문에 견디고 있을 것이다

크기에 빗댄다면

대합탕 옆에 놓인 소주잔 같을 것이다

빙점처럼, 사랑하는 이 옆에서

그이를 중요한 사람으로 만드는 

바로 그 마음처럼

참이슬은 조각난 조개의 조변석개를 안타까워 할 것이다

천막을 들추고 들어가는 들큼한 취객의 등이여,

당신도 오래 견딘 것인가

소주병의 푸른 빛이 비상구로 보이는가

옆을 힐끗거리며

나는 일편단심 오리지널이야

프레시라니, 저렇게 푸르다니, 풋, 이러면서

그리움에도 등급을 매기는 나라가

저 새벽의 천변에는 희미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다

언제든 찾아갈 수 있지만 혼자서는 끝내 가지 않을 

혼자라서 찾아갈 수 있지만 혼자서는 끝내 가지 않을 

혼자라서 끝내 갈 수 없는 나라가

저 피안의 취객의 등처럼 깜박이고 있을 것이다

 

            - 김수우 엮음 "스미다"중에서, 

 

 

 

 

*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죄수는 언젠가는 감형을 받고 풀려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다.

군에 입대한 젊은이는 국방부 시계운운하며 이십 몇개월만 견디면 민간인이 된다는 희망을 품고 견딘다.

지금의 우리는 모더나를 맞거나 화이자를 맞으면서 곧 포장마차에 몰려가서 뒤떠들고  하하거리고

억압에서 해방될 거라는 희망을 품고 견디었다.

그런데 갈수록 태산이다.

확진자가 줄긴 커녕 오히려 천명대를 넘어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델타변이가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가고 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합탕 옆에 두고 소주잔을 기울일 그날을 그리워하며 견디자.

또 견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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