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 [강신애]
히말라야 산기슭
은둔의 왕국에서는
첫눈 오는 날이 공휴일이라지요
관공서도 쉬고
거리마다 축제를 벌이는 사람들
자카란다꽃 같은 사람들
집밖에 눈사람이 서 있으면
눈사람을 만든 이에게 한턱낸다지요
늦잠 잔 벌로
첫눈 오는 날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봅니다
신을 닮은 이방인이 서 있나
회색의 텅 빈 우주가 서 있나
-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문학동네, 2020
* 지구상에 수많은 나라가 있지만 그중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가
부탄이다.
우리는 놀러갈 때 부르스타 들고가서 부탄가스(C4H10)로 고기도 구워먹고 라면도 끓여먹지만
그 부탄가스도 쓰지않고 마른 야크똥에 불붙여 밥을 해먹는 나라다.
영화 "교실안의 야크"에서 완전 시골에 부임한 총각선생님이
눈 오기전에 떠나는 마지막 장면이 떠오른다.
눈이 오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떠날 수가 없다는 것.
전기도 잘 안들어오는 오지가 많아도 부탄 사람들은 야크젖 먹으며, 야생에서 식량을 구해 먹으며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산다.
첫눈 오는 날이 공휴일이라니 이 얼마나 낭만 가득한 나라인가.
우리도 첫눈 오는 날은 단체로 연차 내고 쉬는 날로 하면 좋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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