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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섬 [정용주]

by joofe 2021. 11. 27.

 

섬 [정용주]

 

 

 

 

대체로, 소통은 하고 있으나 관여하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으나 마음에 두고 있으면 섬이라 한다

고요한 것 같으나 폭풍에 쌓이고 몰아치지만 잔잔해지면 섬이라 한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면 섬이라 한다

 

그리워도 오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그리워도 가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무수한 섬을 모아 사람이라 한다

 

                 - 쏙닥쏙닥,시인동네, 2020

 

 

 

 

* 재작년 이맘때부터 코로나가 시작되었고

나라 전체가, 아니 지구의 모든 나라가 방역에 몰두하면서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되었다.

작년에 여름휴가도, 추석때도 아무데도 가지 않았다.

올해 설에도 세배는 생략하고 추석때도 전화로만 안부를 물었을 뿐이다. 

모든 사람이 각자 섬이 되었다.

자기의 섬안에 갇혀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

이런 세상이 올거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해본 적이 없을 게다.

그런데 그런 세상이 왔고 나는 섬이 되었다. 

나는 섬사람인가, 사람섬인가.

 

쌀국수 한그릇 먹는데 큐알코드를 찍어야 하고 

손목을 내밀어 체온을 재야 한다.

어디를 가도 나의 기록을 남기고 흔적을 남긴다.

나의 기록이 남는 곳이 곧 나의 섬이고 나의 영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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