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와 감상

길고 긴 낮과 밤 [임승유]

by joofe 2021. 12. 11.

길고 긴 낮과 밤 [임승유]

 

 

 

 

  우리가 사과를 많이 먹던 그해 겨울에 너는 긴 복도를

걸어와 내 방문을 열고

 

  사과 먹을래

 

  물어보곤 했다. 어느 날은 맛있는 걸로 먹을래 그냥 맛

으로 먹을래 그러길래 네가 주고 싶은 것으로 아무거나

줘 말해버렸고

 

  오래 후회했다.

 

  그날 사과에 대해 우리가 갖게 된 여러 가지 사과의 맛

과 종류에 대해, 다양한 표정과 억양으로 이야기를 나누

었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 나는 겨울로 왔고 너는 여름에 있었다, 문학과지성사, 2020

 

 

 

* 사랑도 기술이 필요하고 대화도 기술이 필요하다.

먹을래?에 아니!라고 답하면 대화가 이어질 수 없다.

구체적으로 물어도 구체적으로 대답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한국인은 과묵한 걸 좋아해서 의사표현을 감추는 편이다.

먹을래?에 됐슈!라고 답하면 달라는 건지 아닌 건지 알아들을 수 없다.

속마음은 받고 싶은데 돌려말하기 십상이다.

대화에 기술이 그래서 필요하다.

훈련도 어려서부터 해야 한다.

자식 가진 부모가 먼저 대화의 기술을 습득하고 아이의 마음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번 대화가 어긋나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많이 먹고 많이 읽고 많이 대화를 한다고 한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