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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감상

발치(拔齒) [이문재]

by joofe 2021. 10. 4.

발치(拔齒) [이문재]

 

 

 

 

어머니라고 하면

너무 멀어 보이고

엄마 하면 버릇없어 보여서

입속으로 어무이

입안에서만 엄니

 

일찌감치 보험 들어놓고도

몇년 몇달을 뭉그적거리다가

죽염 양치로 버텨보다가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어금니 뽑으러 가는 날

 

평생 이 아파하시던 

우리 어무이 생각

앞니까지 다 빠진 채로

홀로 저승 가셨는데 행여

저승에서도 잇몸으로 드시나

 

마취 풀리고 피 멈추고

부기 다 가라앉았는데도

나는 자꾸 내가 싫어져서

저무는 북서쪽 하늘 올려다 보면서

없는 어금니 꽉 깨물면서

엄니

 

          - 혼자의 넓이, 창비, 2021

 

 

 

 

 

* 내 나이 스무살 때 나도 이젠 성인이 되었으니 

어머니와 형에게 존대를 해야겠다 결심을 했다.

엄마, 이랬어 저랬어,하다가

어머니, 이랬어요 저랬어요, 하려니

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지.

형에게도 반말로 대화하다가 존대하는 순간부터

친구였던 형이 머나먼 형이 되었다.

이십년 말 놓다가 사십년 존대하며 살았더니

머나먼 어머니, 머나먼 형이 되었다.

물론 어머니는 십수년 전 틀니끼고 저승 가셨지만 

사랑니 뺀 둘째 아들이 존대말 쓴 게 못마땅하셨을 것 같다.

엄마, 사랑니 네 개중에 아직 하나는 남았어.

이건 안 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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