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소파 혹은 곡선의 기억 [송종규]
낡은 소파 혹은 곡선의 기억 [송종규] 내가 처음 밟았던 문턱의 둥근 부분 구름이 떠메고 가는 구름의 이력서 저물던 바닷가 전화벨 소리, 당신 시시콜콜 인간의 것들 다 기억하는 나를 아주 많은 날짜들지난 후에 지울 수 있으리라 짐작하기도 하지만 당신이라 의심되는 내 안에 저장된 너무 많은 겹겹 당신 그러나 모든 것은 안개, 환유, 공공연한 비밀, 거대한 나무, 당신 꽃 핀 들판이나 낙타의 느린 보폭, 허술한 회계장부 같은 내 낡은 문장에 혹, 당신을 새겨 넣어도 좋을는지 그러나 당신에 대한 기억은 쥐라기 공원, 초인종, 내 몸이 기억하는 난해한 곡선 몇 개 혹, 당신 언제 내 곁을 스쳐 간 적이나 있었는지, 혹 언젠가 나는 당신을 사랑한 적 있었는지 아주 객관적인 햇빛이나 쇠락한 왕조의 뜰 같기도 한 삶..
2021.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