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손택수]
터치 [손택수] 건반은 누르는 것이 아니다 건반위의 공기를 들어올리듯이 얼른, 뗄 줄 아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이 터치, 안장을 눌렀다가 떼는 식으로 내 자전거 바퀴도 돌아간다 대지와 하늘이 챙, 은빛 쇳소리를 내는 어느 구비에는 연못을 치는 빗방울의 연타음이 들려오고 두두두두 뭉친 겨울 벌판을 안마하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공기를 야구공처럼 때려대는 스윙, 스윙, 웅크린 꽃망울에 가닿는 봄 햇살의 터치, 터치, 타자기처럼 두드려대는 한 점 한 점 속에서 온 우주가 팍 터져버릴 때까지 닿는 순간 멀어질 줄 아는 운행 - 붉은 빛이 여전합니까, 창비, 2020 * 존 레논이 부른 LOVE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Love is touch, Touch is love. 터치한 손을 놓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
2022. 4. 20.